- 최근 5년 62건 중 가을이 21건, 조리 2시간 내 섭취·5℃ 냉장·75℃ 재가열이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에서 지난해 식중독은 9월에 45건으로 연중 가장 많이 발생했다. 8월 42건을 앞지른 수치다. 같은 자료에서 2025년 식중독은 모두 319건, 환자 9,780명으로 건수가 전년보다 20% 늘었고, 발생 장소는 음식점이 33건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추석 공휴일은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이다.
가을 식중독의 대표 원인균은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다. 식약처가 집계한 최근 5년간 퍼프린젠스 식중독은 62건, 환자는 758명이었고 계절별로는 가을이 21건으로 가장 많았다. 봄과 겨울, 여름이 뒤를 잇는다. 세균성 식중독이 여름에 몰린다는 통념과 어긋나는 분포다.
원인은 이 균의 생존 방식에 있다. 퍼프린젠스균은 가열 과정에서 열에 강한 아포를 만들어 살아남고, 음식이 천천히 식는 동안 깨어나 증식한다. 식약처가 제시하는 최적 증식 온도는 43~47℃다.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혐기성균이어서, 뚜껑을 덮은 큰 냄비 속은 증식에 가장 적합한 조건이 된다.
명절 주방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갈비찜과 장조림, 불고기처럼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두는 음식은 조리량이 많을수록 중심부가 식는 속도가 느리다. 균이 자라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식약처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결혼식 피로연에 올린 소갈비찜을 먹은 하객 324명이 집단으로 식중독 증상을 보였는데, 전날 큰 솥에 대량으로 끓인 뒤 실온에 그대로 두고 식힌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증상은 먹은 직후가 아니라 한참 뒤에 나타난다. 잠복기는 통상 8시간에서 12시간이고 복통과 설사가 주된 증상이다. 저녁에 먹은 음식이 새벽에 문제를 일으키는 형태여서 원인 음식을 특정하기 어렵다.
예방 기준은 숫자 세 개로 정리된다. 조리를 마친 음식은 2시간 이내에 먹고, 바로 먹지 않을 음식은 얕은 용기에 나눠 담아 빠르게 식힌 뒤 5℃ 이하에서 냉장 보관한다. 다시 먹을 때는 중심 온도 75℃ 이상으로 재가열한다. 따뜻하게 내놓을 음식은 60℃ 이상을 유지해야 증식 구간을 피할 수 있다.
흔한 오해는 두 가지다. 하나는 다시 끓이면 된다는 생각인데, 식약처는 열에 강한 아포가 일반 가열 조리로 죽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온에서 천천히 식히는 과정을 방치하면 균은 계속 늘어난다. 다른 하나는 뜨거운 냄비를 통째로 냉장고에 넣는 방식이다. 냄비 내부 열기가 빠지지 않아 증식 온도가 유지되고, 냉장고 안 온도까지 올라가 다른 음식이 상할 수 있다. 얕은 용기로 나눠 급속 냉각하는 소분 보관이 해법이다.
식약처는 9월 21일 장보기와 조리 단계의 예방수칙도 안내했다. 식재료는 상온 보관이 가능한 가공식품과 농산물부터 사고 냉장식품, 육류, 어패류 순으로 담으며, 장보기 후에는 아이스박스나 아이스팩으로 온도를 유지해 운반한다. 해동한 식품을 다시 냉동하거나 온수에 담근 채 방치하면 균이 증식하므로 해동 뒤에는 바로 조리한다. 칼과 도마는 채소용과 육류용으로 구분하고, 햄·소시지 등 육가공품은 중심온도 75℃에서 1분 이상, 굴·조개 등 어패류는 85℃에서 1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추석 무렵에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더라도 낮에는 기온이 올라 명절 음식을 상온에 두면 세균이 증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귀경길처럼 장시간 이동할 때는 보냉가방과 아이스박스를 쓰고 섭취 전 충분히 재가열하라는 것이 식약처의 당부다. 식중독 발생 통계와 예방수칙은 식품안전나라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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