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실련·박지원 의원 10월 15일 공개, 건강보험 적용분은 6만 1,200원… 건보 부담 6.9%, 비급여 지혈 제품 전국 중앙값 13만 원
지난 7월 인중이 약 1cm 찢어져 성형외과 의원에서 봉합 치료를 받은 A씨의 진료비는 192만 9,700원이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진찰료·봉합 처치료는 6만 1,200원에 그쳤고, 비급여 약·재료비가 186만 5,500원으로 전체의 약 97%를 차지했다. 경실련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공개한 사례로, 비급여 가격은 병원이 정하고 환자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
A씨는 온라인 검색으로 찾은 의원에서 흉이 남을 수 있으니 가장 좋은 재료를 쓰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수술 전 안내된 비용은 180만 원이었고, 청구 내역에는 하이디알주 80만 원, 콜파인 44만 원, 지혈보조제 10만 원 등이 올랐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같은 상처 봉합에 이 약·재료를 쓰지 않으며 진료비를 15만~20만 원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지혈재는 급여와 비급여의 가격 차이가 두드러진다. 박 의원이 16일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자료에서 급여 지혈 거즈의 상한액은 3,900원(5×7.5cm)이었고, 비급여 제품 면적(5×2.5cm)으로 환산하면 약 1,300원이다. 같은 크기 비급여 제품의 전국 중앙값은 13만 원으로 약 100배였으며 전북은 55만 원까지 올랐다. 한 국립대병원은 관련 제품을 연간 수백 차례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규모도 작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한 달 히알루로니다제 진료비는 234억 원으로 비급여 의약품 2위, 콜파인 등 연조직 재건재료는 265억 원으로 비급여 치료재료 2위였다. 단순 환산하면 연간 약 2,800억 원, 3,180억 원이다. A씨의 총 진료비 207만 2,620원 가운데 건강보험 지급분은 14만 2,920원으로 6.9%이며,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 64.9%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원인은 제도 구조에 있다. 한 번의 진료에서 급여와 비급여를 함께 청구할 수 있고, 급여로 쓸 수 있는 대체 제품이 있어도 이를 알려야 할 의무가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의 적정 가격을 심사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정부가 가격을 공개하는 비급여는 753개 항목인데 지혈보조제는 59개 규격 중 36개가 비급여인데도 공개 대상이 없고, 히알루로니다제와 연조직 재건재료 역시 전 품목이 비급여이면서 공개 대상에서 빠져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 4월 비급여 최고가 공개도 중단했다.
국정감사에서는 기관장 답변이 나왔다. 홍승권 심평원장은 현 상태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며 대체제 설명과 비용 공개 의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급여 재료의 사용량 상한이 일부 진료를 비급여로 밀어내는 면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남은 재료를 잘라 다시 쓰면 감염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급여 대체제와 비용·효과 차이를 사전에 설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의료법 개정 등 의무화의 법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경실련은 지난해 7월에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비급여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필요성과 가격 적정성에 대한 심사를 요구했다.
비급여 가격은 의료기관 홈페이지 게시와 심평원 ‘건강e음’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에서 확인된다. 다만 이번에 지적된 지혈보조제와 히알루로니다제, 연조직 재건재료는 공개 항목에서 빠져 있어 진료 전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통로는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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