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러스엔 항생제가 안 듣는다… 불필요한 처방이 부르는 '조용한 팬데믹', 2050년 연 1,000만명 사망 예측
"목도 붓고 콧물도 나는데 왜 항생제는 안 주시나요?" 감기로 병원을 찾았다가 해열제나 진해거담제만 처방받고 나오면 이런 의문이 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의사가 대충 진료해서가 아니라 원칙에 따른 것이다. 감기와 독감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항생제는 세균에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감기나 독감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므로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국제 의학 매뉴얼인 MSD 매뉴얼 역시 항생제가 바이러스성 감염이 아닌 세균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며, 의사들이 감기나 독감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에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 항생제를 함부로 못 주는 이유… '항생제 내성'
의사가 신중하게 처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항생제를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세균이 항생제에 적응해 약이 듣지 않는 '항생제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 내성균의 위험성: 항생제에 노출된 세균 중 상당수는 죽지만, 항생제를 제대로 복용하지 않거나 불필요하게 남용하면 일부 세균이 살아남아 내성을 갖게 된다. 이렇게 생긴 내성균은 이후 실제로 세균 감염 치료가 필요할 때 약이 듣지 않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 세계적 경고: 2016년 영국 정부의 짐 오닐 보고서는 항생제 내성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내성균으로 인해 연간 1,0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 '조용한 팬데믹':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행동계획을 채택하며 국가별 대응을 촉구했고, 질병관리청장은 항생제 남용을 "조용한 팬데믹"이라 부를 만큼 심각한 보건 위협으로 규정한 바 있다.
■ 실제로 효과 차이가 있을까… 연구로 확인된 결과
"그래도 항생제를 먹으면 더 빨리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국제 근거중심의학 연구기관인 코크란(Cochrane)이 3,555명이 참여한 12건의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한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 증상 완화 차이 미미: 발열, 통증, 피로감, 기침, 콧물 등 주요 증상에서 항생제를 즉시 사용한 경우와 지연 사용한 경우,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경우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 예외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 다만 인후통의 통증·발열·콧물 완화나 중이염의 통증·피로감 완화에는 즉각적인 항생제 사용이 미세하게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 부작용도 차이 없어: 항생제 사용 여부에 따른 부작용 발생 빈도나 합병증 발생률에도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 이게 나한테 의미하는 것
감기나 단순 인후통, 기관지염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항생제 처방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성의 없는 진료"라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을 피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세균성 폐렴이 확인됐거나 백일해 검사가 양성으로 나오는 등 세균 감염이 명확한 경우에만 항생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제 진료 지침의 공통된 설명이다.
■ 확인하고 싶다면… 이런 경우엔 병원에 다시 문의하세요
- 일반적인 감기 증상(콧물, 기침, 인후통)이 며칠 지나도 자연 호전되는 경향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심해진다면 재진이 필요할 수 있다.
- 고열이 지속되거나 누런 가래, 극심한 인후통, 귀 통증이 동반된다면 세균 감염 가능성을 다시 확인받아야 한다.
- 이미 처방받은 항생제가 있다면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처방받은 용량과 기간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내성균 발생을 막는 핵심이다.
■ 전문가 제언… "항생제는 필요할 때만, 제대로"
질병관리청은 매년 항생제 내성 예방 캠페인을 통해 '항생제는 필요할 때만, 제대로 사용해요'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항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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