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5월 20일 시행된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 — 확인하지 않은 의료기관에는 1차 30만 원, 3차 100만 원의 과태료
지갑을 두고 나온 날 아이가 열이 났다. 동네 소아과에 도착해 접수를 하려는데
"신분증 있으세요?"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없다고 하자 창구 직원이 곤란한 표정으로
"그럼 오늘은 전액으로 결제하셔야 한다"고 말한다. 평소 5,000원 남짓이던 진료비가
1만 원대 후반으로 찍힌다. 병원이 인심을 쓰지 않아서가 아니라, 법이 그렇게 바뀌었다.
■ 2024년 5월 20일부터 달라진 것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에 따라 2024년 5월 20일부터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병·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은 가입자나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할 때, 신분증명서 등으로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
배경은 명의 도용이다. 타인의 건강보험 자격을 빌려 진료를 받거나 약을 타 가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확인 절차를 의료기관의 의무로 못 박은 것이다.
■ 신분증이 없으면 진료를 못 받나
그렇지 않다. 진료 자체는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진료는 건강보험 자격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의 진료가 되어, 공단부담금까지 포함한 진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되돌릴 방법은 있다. 진료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신분증과 영수증을 지참해
같은 요양기관을 다시 방문하면, 공단부담금에 해당하는 차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기한을 넘기면 요양기관을 통한 환급 절차는 닫힌다. 영수증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제도에는 예외가 정해져 있다.
하나, 19세 미만인 사람이 진료를 받는 경우.
둘, 같은 요양기관에서 6개월 이내에 이미 본인 확인을 한 경우.
셋,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인 경우.
넷, 의사 등의 처방전에 따라 약국에서 약제를 지급받는 경우.
즉 늘 다니던 동네의원이라면 매번 신분증을 꺼낼 필요는 없고, 약국에서는
처방전 조제라면 원칙적으로 요구받지 않는다.
■ 무엇을 가져가면 되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사진이 붙어 있고 주민등록번호 또는 외국인등록번호가
포함된 신분증명서가 기본이다. 실물 지갑이 부담스럽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모바일 건강보험증' 앱을 미리 설치해 두는 방법이 있다.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신분증 사진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 의료기관 쪽 부담도 작지 않다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은 요양기관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1차 위반 30만 원,
2차 60만 원, 3차 100만 원이다. 창구에서 신분증을 거듭 요구하는 것이
불친절이 아니라 법정 절차인 배경이다.
병원에 갈 일이 생겼다면, 진료 예약을 잡는 순간 지갑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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