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평 창고형 약국 등장에 프랜차이즈까지… "편리하지만 복약지도는 부실할 수 있다" 우려도
동네 약국에서 약사와 몇 마디 상담을 나누며 약을 받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대형마트나 쇼핑몰 안에 자리 잡은 '창고형 대형약국'이 빠르게 늘면서다. 마트에서 장을 보듯 약을 고르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사이, 지역 약사들 사이에서는 "약국의 전문성과 공공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2일 서울 금천구에는 약 600평 규모의 대형 조제 시설을 갖춘 국내 1호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 서울점'이 홈플러스 매장 안에 문을 열었다. 앞서 경기 성남에서 먼저 문을 연 1호점이 일반의약품(OTC) 중심의 박리다매 전략으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면, 서울점은 대규모 전문 조제실까지 갖추며 '조제'라는 동네 약국의 마지막 강점까지 넘보고 있다는 평가다.
■ 왜 이렇게 빨리 확산되나
대형약국 확산은 단순히 매장 하나가 느는 수준을 넘어, 유통업체와 약국 프랜차이즈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유통업체의 전략: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커머스에 밀려 줄어든 오프라인 트래픽을 되살리기 위해, 안정적인 수요가 있는 약국을 핵심 집객 거점(키 테넌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홈플러스 금천점, 롯데마트 맥스 창원점,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등에 이미 대형약국이 입점했고, 동대문 두타나 용산 전자상가 같은 쇼핑몰로도 확산되고 있다.
- 프랜차이즈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약국 서비스 업종으로 등록된 가맹사업자는 2024년 이전 6곳 정도였지만, 2025년 11월 이후 연말까지 3곳이 추가되고 올해 1월에도 1곳이 더 등록되며 현재 10곳으로 늘었다. 이 중 '온누리약국'은 2025년 정보공개서 기준 가맹점 수 2,073개로 가장 많다.
- 체인화 나선 창고형 약국: 창고형 약국을 처음 선보인 '메가팩토리약국'도 최근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며 전국 체인화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20~30곳의 초대형약국이 추가로 문을 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소비자에게는 무엇이 달라지나
- 장점: 넓은 매장에 다양한 일반의약품이 진열돼 있어 마트에서 쇼핑하듯 약을 고를 수 있고, 대량 구매 구조 덕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약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이 호응하는 이유다.
- 우려되는 점: 반면 약사회 등은 대량 조제와 배송 시스템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환자 개개인의 복약 상황을 세심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복약지도가 부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트처럼 진열된 매대에서 소비자가 스스로 약을 고르다 보니,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필요 이상의 약을 구매하는 약물 오남용 우려도 제기된다.
■ 동네 약국은 괜찮을까
지역 약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대형약국과의 경쟁에서 소형 동네 약국이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네 약국은 지역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해왔던 만큼, 이 기능이 약화되면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정부 입장: 정부도 창고형·대형약국 확산과 관련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 지역 약사회 대응: 광주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 확산에 제동을 걸기 위해 관리 기준 마련을 정부에 재차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동네 약국의 생존 전략: 업계에서는 동네 약국이 대형약국이 하기 어려운 '밀착형 방문 약료'와 '디지털 상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생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게 나한테 의미하는 것
당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하고 편리한 선택지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동네 약국이 줄어들면 만성질환 관리나 복약 상담처럼 약사와의 지속적인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세심한 케어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나 고령자라면, 단순히 가격만 보고 대형약국을 이용하기보다 상담 서비스의 질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 확인하고 싶다면… 이런 점을 챙기세요
-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 중이라면, 어느 약국을 이용하든 복용 중인 약 전체 목록을 약사에게 알리고 상호작용 여부를 확인받는 것이 중요하다.
- 가격만 보고 다량으로 구매하기보다, 실제 필요한 용량과 복용 기간을 약사와 상담한 뒤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
- 지속적인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면, 매번 다른 약국을 이용하기보다 본인의 복약 이력을 잘 아는 단골 약국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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