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가 후 현장 사용까지 ‘80일’로 단축… 디지털 헬스케어 강국 도약 발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혁신 의료기기들이 '제도'라는 문턱에 걸려 사장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2026년을 디지털 의료기기 규제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시장 즉시 진입 제도’를 본격 가동하면서 의료 산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 ‘허가 따로, 평가 따로’ 옛말… 통합심사로 기간 대폭 단축
그동안 의료기기 업체들의 가장 큰 고충은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통과하고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가 산정 과정을 거치느라 실제 현장 도입까지 수백 일을 대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본격화된 ‘시장 즉시 진입 제도’는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될 경우,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하거나 생략하고 곧바로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로 사용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었다. 이로 인해 과거 평균 390일 이상 소요되던 시장 진입 기간이 약 80일 수준으로 대폭 단축되는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 AI 진단 소프트웨어, ‘비급여’ 시장서 임상 근거 쌓는다
이번 제도의 가장 큰 수혜는 오케이내과 등에서 도입 중인 ‘AI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치료기기(DTx)’ 분야다. 식약처는 기술적 혁신성이 입증된 제품에 대해 시장 진입권을 먼저 부여하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 1~3년간 사용하며 축적된 ‘리얼월드 데이터(Real-World Data)’를 바탕으로 정식 수가 여부를 나중에 결정하는 ‘선진입-후평가’ 시스템을 강화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혁신 의료기기가 적기에 환자들에게 쓰이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안전성이 확인된 제품에 한해 시장 유통을 앞당겨 기업은 수익을 창출하고, 환자는 최첨단 의료 혜택을 빠르게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9,400억 원 투입… ‘국가 필수의료기기’ 자급제 마련
규제 완화와 더불어 식약처는 ‘의료 주권’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수급이 불안정한 필수의료기기의 국산화를 위해 2032년까지 총 9,400억 원 규모의 R&D 예산을 투입하는 ‘필수의료기기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이는 단순히 신기술을 빨리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의료 인프라를 국내 기술로 대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 [전망] 넘어야 할 산은 ‘적정 수가’와 ‘안전성 신뢰’
다만 업계에서는 시장 진입 속도만큼이나 ‘적정한 보상(수가)’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에 빨리 진입하더라도 비급여 항목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이 있거나 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될 경우, 혁신 기기의 확산이 더딜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신속 허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식약처의 사후 관리 역량도 중요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속도’와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식약처의 2026년 행보에 의료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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